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대한민국

이장한 (코리아통합연구원 운영위원)

인류는 21세기 문턱을 넘어 변화된 미지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어느덧 80년대 만화영화에서 등장하던 미래의 아이콘 ‘2020 원더키디’의 해가 도래한 것이다. 2020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우리 인류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은 잊지 못할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확진자의 증가와 이를 알리는 문자 벨소리를 통해 소리 없는 총성이 울리는 전장상황을 몸소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어느새 우리는 공원을 거닐 때도 대중교통을 탈 때도 운동할 때에도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되어버렸다. 주말 결혼식장 뷔페에서 배를 채운지도,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관람하던 지도 언제쯤인지 그리워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인은 중국 우한지방 내 한 연구소의 과실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급격한 인구의 증가로 인한 자연서식지의 파괴와 지구온난화 그리고 육류소비 증가에 따른 축산산업 내 보건위생의 취약성에 원인이 있다. 박쥐의 몸속에서만 서식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느덧 그들의 서식지를 잃어나가자 인간의 몸속에서도 기생할 수 있도록 진화해버린 것이다.

과거 우리 인류는 전염병을 겪을 때마다 중요한 역사적 전환기를 겪어왔다. 14세기 중세 유럽에서 퍼진 흑사병은 농노들의 감소 인한 봉건제의 붕괴와 함께 절대주의 시대를 도래케 하였다. 전염병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개발로 이어져 서유럽의 근대화를 가능케 하였다. 또한 유럽인들은 전염병을 피하기 위한 신대륙의 정착을 갈망했고 이는 선박기술의 발전과 식민지 건설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1641년 철옹성 명나라의 300년 통치를 종식시킨 것도 바로 페스트의 발병이었다. 19세기 후반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우역 바이러스는 아프리카의 소의 폐사와 현지인의 이주로 이어졌고 이는 아프리카 대륙침탈의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인류가 직면한 코로나19의 사태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첫째,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이다. 세계적인 전염병의 확산은 장기적 경제불황으로 이어지며 파시스트의 등장 가능성을 높여준다. 코로나의 모든 원인을 중국탓으로 돌리며 국민들의 분노를 외부로 돌리려 하는 미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화법이 대표적이다. 다수의 보건위생을 위해 소수의 인권을 억압하고 국가감시체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심각한 긴장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자율과 창의를 표방하며 현대 이성과 문명의 진보를 가능케 했던 개인주의의 확산을 우리는 어떻게 공공적 이익과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라는 문제에 놓이게 된다. 즉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간의 딜레마이다.

둘째, 국제적 고립주의의 강화이다. 세계는 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외국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봉쇄하였다. 이러한 상황의 장기화는 각국의 자국우선주의를 부추긴다. 신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미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기조는 중국 때리기와 동맹국의 군사분담금 압박에 열을 올리는 보호무역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고립주의는 분업화된 국제무역질서의 위기를 가져오고 저개발국가에 대한 투자 및 원조 감소로 이어져 국가간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전염병 확산으로 인해 식량안보가 중시될 것이며 각국은 바이오, 농업생산의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두어야만 할 것이다.

셋째, IT, 로봇기술 등 4차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비대면의 증가와 언택스(Untact) 기술을 통해 우리는 상상에 머물러 있던 변화를 현실로 맞게 될 것이다. 제조업, 서비스 분야를 비롯한 산업의 전 영역에 걸쳐 로봇기술이 급속도로 인력을 대체할 것이며 일자리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재택공간들을 활용한 화상회의 등을 통해 직업 및 근무공간의 개념도 바뀔 것이며 교통, 통신기술의 발달은 인구 과밀지역의 분산을 통해 과도히 축척된 도심의 지대를 낮추는 등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동일한 비중 또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것이며 우리의 일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삶이 결합된 온라이프(onlife)의 삶으로 급격히 전환될 것이다. 벌써부터 다수 기업들은 직원들을 전염병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향후 전개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고자 키오스크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넷째, 확증편향성의 강화이다. 시민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과장하는 거짓정보들이 넘쳐날 것이다. 신종 사기범죄의 증가, 안보불안을 조장하는 북한발 가짜뉴스는 물론이고 지역사회 내 전염병 차단을 명분으로 한 정치 포플리스트들의 등장도 잦아질 것이다. 감염원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불특정 다수를 잠재적 위험군으로 대상화, 타자화할 것이며 우리가 습득한 부정확한 정보들은 우리 스스로의 확증편향성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정부대응의 신뢰도, 언론보도의 투명성, 시민사회의 역량에 따라 위기 극복의 수준은 국가별로 달리 나타날 것이다.

다섯째, 공적수요의 증가이다. 코로나19는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을 기초로 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기를 가져왔다. 개인의 자유로운 소비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사회적 일탈로 간주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는 위기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강력한 명분과 근거를 얻게 된다. 현재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한 재난지원금지원은 공공복리와 질서유지를 위해 국가의 사회적 시장개입을 더욱 강화시킬 명분이 될 것이다. 무상복지, 기본소득 등의 논의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이고 정부는 전반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의 재정비를 통해 경제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짜와 가짜는 위기 시에 드러나는 법이다. 현재 한국은 코로나19 위기상황을 전 세계에서 가장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는 국가이다. 개인에게 학습된 민주시민 의식과 반복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발휘되었던 애국심은 개인의 자유와 단체의 공공선을 조율하고 상호 만족할만한 타협점을 찾아내며 매우 훌륭하고 견고한 거버넌스를 탄생케 했다. 코로나19를 대처하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서구 여러 나라들보다도 견고했고 정부대응에 대한 시민들의 성숙도 또한 높아 마스크5부제를 준수했을 뿐만 아니라 생필품 사재기도 하지 않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제 선진국의 개념은 개인의 민주적 역량과 시민사회의 성숙도, 국가시스템의 내구성에 따라 달리 규정될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금 전 세계가 고립주의를 표방할 때 한국은 국가간 보건의료협력을 주도하는 적극성을 표방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 환경, 기후변화 등 국경을 뛰어넘는 글로벌 이슈를 매개로 한 국가간 연대를 주도해나가야 한다. 2020년 한국은 IT강국이자 성숙한 민주국가로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큰 저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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